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입사 후 첫 해외 출장을 미국의 기업교육 컨퍼런스인 ASTD 다녀왔다.
약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HRDer 인생에 큰 변화를 준 경험이었다.
이후 주변 지인들에게 입에 침이마르도록 HRD 관련 컨퍼런스 참가를 강조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제 곧 한국의 ASTD라고 할 수 있는 '인적자원개발 컨퍼런스'가 실시된다.
옛 생각도 많이 나고, 요즘 HRD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는지라 예전에 월간HRD에 기고했던 ASTD 참가후기를 올려본다.
올해는 더 많은 HRDer들이 '인적자원개발 컨퍼런스에 참가하기를 바란다.
[월간 HRD 기고 전문]
2008년 4월의 어느날.
꿈은 이루어졌다.
생각보다 빨리...
커피를 한잔 하자며 나를 데리고 나가신 팀장님의 한마디, “여권하고 비자 가지고 있니? 이번에 ASTD에 배대리가 가게 될 것 같아”. 나와 ASTD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입사 후 몇몇 선배들이 ASTD에 참가하는 모습을 보고, 미국에서의 에피소드를 들을 때마다 어찌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나도 5년 안에는 갈 수 있겠지?’ 기약없는 다짐을 했었다.
일단 나의 ASTD 참가가 확정되고 나면서부터 두려움이 나를 감쌌다. 교육경력이나 영어가 짧은 내가 과연 많은 것들을 배우고 올 수 있을까? 더군다나 원장님과 계열사 교육팀장 두분을 모시고 가는 것이어서 더 긴장되었다.
출발 당일 인천공항에 도착하고나서야 진짜 미국에 간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미국으로 가는 12시간은 정말 긴 시간이었지만 몇 시간 후면 미국에 발을 내딛는다는 생각에 힘든 생각은 들지 않았다. 회사 비용을 아껴야 한다며 임원에게 주어진 비즈니스석을 마다하고 내 옆자리에서 피곤해하시는 상무님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우리는 미국 서부의 샌프란시스코에 첫 발을 내딛었다. 첫 날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어리둥절 했던 것 같다. 둘째 날 일정은 본격적으로 실리콘밸리의 시스코, HP 및 스탠포드 대학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아침일찍 집합하여 시차가 적응되지 않았을텐데도 한가지라도 더 얻어가려는 한국표준협회팀의 의욕이 돋보이는 하루였다. 가이드조차 이런팀은 본적이 없다고 말할만큼 열정적으로 참여하였다.
역시 시스코와 HP는 글로벌 기업이다. 동양에서 방문한 우리를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해놓았다. 적어도 나는 이번 방문을 통해서 시스코, HP의 기업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으니 이들의 의도가 성공한 것이 아닌가 싶다. 두 기업 모두 HR VP, Director가 직접 자사의 인재육성 전략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그들은 조직원을 ‘몰입’시키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직 인재의 유치 및 유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시스코, HP 모두 다양한 교육방법을 사용한다. 교육 부서의 역할이 단순히 연수에만 치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들의 생활 속으로 학습이 스며들어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학습이 Instructor가 Learner에게 Push하는 것이 아니라 Learner의 필요에 의해서 Pull될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하고 있었다. 올해 미국 DDI사의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시행하면서 학습자들의 자기주도학습이 부족하여 프로그램의 효과가 반감된다고 생각했었기에 느껴지는 것이 많았다.
본격적인 ASTD 참석을 위해서 LA를 거쳐 샌디에고로 향했다. 드디어 샌디에고 컨벤셜 홀에서 2008년 ASTD가 개막되었다. 올해는 ‘Destination : Information’이라는 주제로 약 300여개의 Session이 발표되었다. 내가 생각한 올해 주제의 뜻은 이것이다. HR의 최종목적은 더 나은 양질의 정보를 적시에 조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를 HR부서에서 일방적으로 조직원들에게 Push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서 Pull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것은 Web 2.0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Learning 2.0으로 변화해야 함을 보여준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keynote의 강연을 직접 들을 수 있었던 제너럴세션은 정말 대단했다. 비교적 이른 시간인 아침 8시에 시작을 함에도 참석자들은 이미 30~40분 전부터 긴줄을 만들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블링크’의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이번 ASTD에서 가장 활발히 논의된 ‘Talent management’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최근 한국에서는 성과주의가 도입되어 ‘핵심인재관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말콤은 Conceptual Innovator와 Experimental Innovator를 비교하여 여러가지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Talent management’에 시사점을 주었다. 특히 말콤의 Story telling 방식의 강연은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물흐르는듯한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제너럴세션의 또 다른 Speaker인 패트릭 렌시오니는 대규모 강연의 정수를 보여줬다.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준비한 모든 내용을 확실히 각인시켰을뿐만 아니라 청중의 질문을 시시각각 받아 만족할만한 답을 주면서도 중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특히 강연내내 자연스럽게 장난스러운 유머를 사용해 청중들의 마음을 붙잡았다. 그는 ‘팀이 빠지기 쉬운 5가지 함정’을 통해 성공적인 팀을 만들기 위한 5가지 방법을 전해주었다.
레전드시리즈의 마셜 골드스미스는 일을 잘하면서 성공을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는 ‘긍정의 힘’을 강조하며 ‘파괴적인 말’, ‘부정적인 표현’등을 피하라고 말한다. 특히 그는 코칭 전문가답게 피드백을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FeedForward’ 및 코칭의 개념을 확장시킨 ‘Peer Coaching’을 제시하여 우리에게 감명을 주었다.
올해 concurrent session은 287개로 작년보다 약 30% 증가하였다. 특히 E-Learning(16개), Leadership & Management Development(13) Track이 많이 증가하였고 Designing & Delivering Learning이 47개로 올해도 가장 높은 세션이 발표되어 높은 관심을 보였다.
몇 년전 반향을 불러 일으킨 후 잠시 정체를 보였던 E-Learning 트랙에서 가장 주목받은 세션은 역시 마크 로젠버그의 Beyond E-Learning : New Approaches to Managing and Delivering Organizational Knowledge 였다. 세션과 같은 제목의 Beyond E-Learning의 저자인 로젠버그는 Web 2.0시대에 발맞춰 Learning 2.0시대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Web 2.0시대에 맞춰 다양한 학습법이 활용되어야 하고 특히 학습자 자신이 ‘정보’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주목하였다.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가장 많은 세션으로 구성된 Designing & Delivering Learning 트랙에서는 로젠버그가 말하는 Learning 2.0과 같이 informal한 Learning의 다양한 방법들이 발표되었다.
나는 들어가는 세션마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고민거리를 한두가지씩 가지고 나왔다. 그 만큼 세션 하나, 하나가 잘 준비되어 있었다는 말이다. 세션의 내용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큰 감명을 준 것은 강의장의 뜨거운 열기와 그곳에 참여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마치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 온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살아서 움직였다. 강사가 무슨 질문이라도 하면 서로 대답하겠다고 손을 들고, 궁금한 것이 있을 때는 지체하지 않고 손을 들어 질문을 했다. 강사가 옆 사람과 토론을 하라고 하면 옆, 뒤, 앞사람 할 것 없이 찾아다니며 토론을 했다. 그 토론의 주제라는 것이 의외로 별 것 아니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미국 사회에 퍼져있는 토론과 자기주도학습의 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매 시간 그들의 모습을 보며 부러워 하였고, 나의 짧은 영어실력을 한탄했다.(내 옆자리 미국인과의 대화 때마다 “Where are you from?”, “Korea” 이 후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ASTD 기간 중 샌디에고에 있는 ‘퀄컴’사를 방문하여 벤치마킹을 하였다. 한국의 삼성 및 LG를 통해 많은 이익을 얻어서인지 우리를 무척 환대해 주었다. 우리를 위해 야외에 뷔페 식사를 준비해 주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이 점심시간이었는데 회사 건물 앞의 배구장에서 반바지만을 입고 비치발리볼을 즐기는 무리, 잔디 밭에서 요가를 하는 무리, 혼자 수영을 즐기는 사람, 동료와 함께 테니스를 치는 여자, 실내 헬스장에서 사이클을 타는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 큰 문화적 충격이었다. 이 후에 진행된 퀄컴의 HR사례 발표를 통해서 조직원을 위한 문화조성 및 지원을 엿볼 수 있었다. 퀄컴 HR부서의 다양한 활동은 기존에 갖고 있던 HR의 개념을 확장시켰다.
5일간의 ASTD를 마치고 라스베가스로 이동했다. 라스베가스행 비행기가 Cancel되어 우여곡절끝에 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다. 몸은 힘들고 피곤하였지만 그 덕분에 광활한 모하비 사막과 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약 6시간 동안 ASTD기간 배우고 느낀점들을 정리해 볼 수 있었다.
이번 ASTD참가는 나에게 Turning point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교육이 한직이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HR의 무한한 가능성과 도전해 볼만한 무수한 주제들을 던져 주었고, 그 곳에 참여한 사람들에게서 열정을 배웠다.
시스코, HP, 퀄컴의 HR전략을 보고 느낀 점은 ASTD에서 발표된 이론들을 많이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8000명이 넘는 미국인이 ASTD에 참석하는 까닭이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올해도 한국은 442명(2007년 432명)이 참석하여 주최국인 미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사람이 참여하였다. 그러나 최근 여러기업에서 ASTD 참석에 대해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사실이다. 실제 한국은 2007년 대비 10명이 증가한데 반해서 일본은 약 100명이 증가를 하여 한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참가국이 되었다. 아마도 이전에 ASTD에 다녀오신 몇 몇 선배들이 ‘배움의 장’이 아닌 단순한 ‘이문화 체험의 장’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올해 참석자들을 통해 열심히 세션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았고, 국내기업의 사례도 약 3개의 세션에서 발표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ASTD에서 더 많은 국내 사례가 발표되고 더 많은 사람들의 참석을 통해 한국의 HR분야가 발전하여 한국기업이 글로벌화 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지금부터 HR관련 학습과 영어를 공부하여 향후 5년 이내에 다시한번 ASTD에 참가해 통역기 없이 세션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번 ASTD 참가는 나를 한단계 발전시켰을뿐만 아니라 더 큰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나에게 이런 기회를 제공해준 회사와 원활한 진행으로 ASTD 참가성과를 높여준 한국표준협회 운영팀에 감사의 말을 전하며 참가수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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