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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그 만남 이야기

Peter.B 2012. 7. 26. 09:35

한 때 만년필에 빠져서 살았습니다.

사람들은 그 불편한 걸 왜? 쓰냐고 묻곤 합니다.


디지털기기를 활용한 스마트워크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으로

한 동안 만년필등 아날로그 메모, 노트를 지양하며 지냈지만, 최근 다시 만년필과 노트를 꺼내 항상 들고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에는 일장일단이 있는데 만년필은 단점보다 장점이 큰 것 같습니다.


만년필과의 만남은 2004년 6월 군 전역 때 후임소대장이 선물로 준 파커의 보급용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 당시만해도 하이테크(당시 프랭클린플래너를 사용중이었기에)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선물을 받을 때도 별로 기뻐하지 않았고, 사용법을 몰라 이것저것 만져보다가 서랍에 넣어두었죠.


그리고 시간이 흘러 시계카페에서(제가 시계에도 관심이 조금 있었습니다) 만년필에 대한 글을 보게되었습니다.

그 당시 만년필이라는 필기구가 참 멋지구나, 그 속에는 역사와 철학이 숨어있었구나. 라는 생각에

그 날부터 만년필과 관련된 글들을 찾아 닥치는데로 읽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제 손에는 세일러 사의 '프로피트 영' 만년필이 쥐어져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프랭클린플래너에 대부분의 메모를 하였기에 만년필 중 가장 세필(얅게 써지는 것)이 가능한 것을 골랐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만년필 사랑이 병짓이되어

매일 만년필카페(문방삼우)를 들락거리고, 종국에는 중고거래장터에 상주하게 되더군요.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에

만년필을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 만년필이 나에게 주는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그날부로 만년필 구매를 멈추었습니다.

오히려 그 날 이후로 만년필을 제대로 활용하고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는 약 10자루의 만년필이 남아있습니다.

번갈아가며 사용하려고 마음을 먹어도 몇 개월에 한번정도 사랑해주는 정도입니다.

결혼을 준비하며 결혼자금 확보차원에서 1,2자루만 남기고 정리를 할까? 심각히 고민도 했었지만

만년필마다 주는 느낌을 버리기가 아까워 남겨두었는데

요즘들어 다시금 만년필을 쓸 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만년필을 사용하면서 얻게 된 것들에 대해서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만년필을 쓰고 얻은게 너무 많아 주변 분들에게 만년필 사용을 권하고

친한 지인들에게는 라미의 사파리 만년필을 선물하곤 하는데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보급용 만년필이라도 한 자루 구매해서 사용해보시길 권합니다.



현재 제가 소장중인 만년필입니다.

왼쪽부터 사파리(라미), 149(몽블랑), 퍼펙트펜슬(파버카스텔), 르맨100(워터맨), m805(펠리칸), 카프카(몽블랑), 149(몽블랑), 카라얀(몽블랑), 마끼에 사철쑥(세일러), 캡레스(파일롯), 올림피오(듀퐁)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