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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8주년 회상

Peter.B 2012. 10. 4. 22:49

항상 "오랜만의 포스팅입니다"로 글을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8년 전 오늘(10월 4일)은 제 인생 중에 가장 설레였던 첫 출근 날이었습니다.

8년 후 오늘은 두렵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출근을 하였습니다.

제가 8년간 근무한 웅진그룹이 지난 주 법정관리를 신청하여 그룹이 존폐의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입니다.


2004년 ROTC로 군복무를 하고 전역 전에 취업을 했어야했지만, 그 시절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취업의 문은 너무나도 좁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교육학 전공자로서 기업에서 HRD를 하고 싶다는 생각때문에, 교육직무에 지원을 하고 싶었지만 뽑는 회사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단 한 번의 입사지원도 하지 못한채 전역을 하였습니다.


매일 매일 학교 취업정보센터 사이트에 올라오는 취업정보들을 확인하며 보내던 중

웅진코웨이 교육팀의 취업공고를 발견하고 약 2개월여의 전형단계를 거쳐 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랜 기간 입사지원도 못한 저였기에, 그리고 처음으로 지원한 저를 뽑아준 회사였기에 너무 감사했습니다.

첫 업무는 HP(Health Planner)라는 영업사원들을 교육하는 것이었습니다. 3년간 영업교육을 하면서 약 15,000여명의 학습자(HP, 코디)들을 만나면서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입사 때부터 HRDer를 꿈꾸던 저에게 영업교육은 항상 2% 부족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에 지원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침 그 즈음에 그룹인재개발원 직무공모에 지원하여 조직을 옮기게 됩니다.


인재개발원에서 그룹 정직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들을 기획하고 운영하였습니다.

공채신입사원교육, 경력입사자교육, 승진자교육, 신임팀장교육, 리더십아카데미, 미래경영자과정 등을 운영하면서 저의 열정과 회사에 대한 로열티는 점점 커졌습니다.

그룹에서 3년을 보낸 후 또 한번의 도전을 하기위해 웅진패스원으로 조직을 이동합니다.


웅진코웨이나 웅진홀딩스는 그룹에서 가장 큰 조직인데, 웅진패스원은 그룹에서도 가장 작은 계열사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웅진패스원으로의 이동은 큰 고민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웅진패스원으로 이동하여 그룹의 직무교육체계를 수립하고 과정을 기획 및 개발하여 그룹의 직원들에게 서비스하는 업무를 진행하면서 교육사업에 대한 저의 잠재력에 대해 알게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HRD 업무만이 나의 길이라고 생각을 했고, 조직에서의 목표는 오직 인재개발원장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교육사업을 진행하면서 사업가의 길 또한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웅진패스원의 집합교육을 총괄하는 아카데미사업팀의 팀장직책을 맡게되었습니다.


그 동안 회사는 저에게 많은 경험과 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그래서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었습니다.


최근 제가 속한 웅진그룹이 위태롭습니다.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8년간 너무나도 열정적으로 그룹의 가치를 전파하고자 노력했는데

그 가치는 모두 땅에 떨어지고 짓밟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존경했던 한 분이 이대로 추락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픕니다.

지난 주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뉴스를 접하고는 그룹 최상위 리더들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따라 나의 책임도 크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마도 웅진그룹을 사랑하는 직원들은 모두 저와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입사 8주년이 되는 오늘 조직에서 HR의 올바른 역할에 대한 고민이듭니다.

일은 사람이 합니다.

결국 사람이 문제이자 사람이 답입니다.

조직의 사람을 관리하고 그들의 역량개발을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오늘의 상황에 대해서 반성합니다.

이번 경험을 발판으로 더 나은 HRDer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웅진그룹의 빠른 쾌유를 바랍니다.


[첨언]

웅진그룹이 그 동안 교육과 핵심가치를 강조했으나 정작 사람의 중요성에 대해서 잊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웅진그룹의 사태를 보면서 HR 관점에서 깨달은바가 많습니다.

이 부분은 향후 어느정도 상황이 정리되면 자세하게 정리하여 포스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웅진코웨이 교육기획팀 최강 멤버들